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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의 고민: 직업

성격 유형 검사 결과 -에니어그램과 MBTI

4. 나를 찾아서-성격유형 탐구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알고 있는 것과 인터넷에 나온 것을 이용해서 에니어그램과 MBTI를 설명하면 이렇다.

 

 

  에니어그램은 기원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에니어그램에서는 힘의 중심을 기준으로 성격을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눈다. 머리형, 가슴형, 장형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머리 중심인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 가슴 중심인 사람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장 중심인 사람은 본능을 따르는 사람인데, 나는 장 중심이라고 하면 삼국지의 장비가 떠오른다.

 

 

  크게는 세 유형으로 나누지만, 유형마다 세 가지 하위 유형도 존재한다. 즉, 힘의 중심마다 세 가지 성격유형이 있다. 그래서 1번 유형부터 9번 유형까지 총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자세히 들어가면 486개의 유형이 있다지만, 나는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른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만든 성격유형 검사이다. 에니어그램보다 더 유명한 것 같다. MBTI에서는 성격유형을 알파벳 네 글자로 표시한다. 첫 번째 자리부터 네 번째 자리까지, 자리마다 두 가지 유형이 나올 수 있다. 2x2x2x2=16. 그래서 총 16가지 유형이 나오게 된다.

 

 

  나는 열여섯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 MBTI보다 세 가지 힘의 중심만 알면 되는, 조금 더 나아가 아홉 가지 유형만 알면 되는 에니어그램이 더 마음에 들었다. 쉽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네 가지 척도를 잘 이해하면 MBTI도 단순하고 체계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BTI 성격유형의 알파벳 네 글자는 외향형(E)과 내향형(I) 중 하나, 감각형(S)과 직관형(N) 중 하나, 사고형(T)과 감정형(F) 중 하나, 판단형()과 인식형() 중 하나로 이루어진다. 이 알파벳들이 무엇을 뜻하고 다른 알파벳과 어떻게 구분하는지 이해하면, MBTI 유형이 16가지나 되어도 모든 유형을 따로 외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 알파벳이 무엇을 뜻하는지 떠올리면, 네 개의 알파벳으로 표현한 전체 성격의 구체적인 모습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 척도를 이해하고 구분하는 것이 에니어그램에서 힘의 중심을 이해하고 구분하는 것보다 어려웠을 뿐이다.

 

 

 

  에니어그램 검사는 꽤 여러 번 해 보았다. 교사 연수에서 두 번, 에니어그램 모임에서 한 번, 에니어그램 검사를 해주는 오프라인 카페에 방문해서 한 번 해보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정리하다 발견한 엑셀 파일을 보니,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인터넷 유료 검사도 한 번 받은 모양이다.

 

 

  처음 했을 때는 1번과 5번이 동점, 1년 뒤에 했을 때는 1번, 다시 4개월 뒤에 했을 때도 1번 유형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에 한 검사에서는 5번 유형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리고 언제 했는지는커녕 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검사에서는 4번 유형 점수가 제일 높았다. 게다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유형의 점수가 '가능성 있음' 구간에 속했다. 

 

 

  내가 참여했던 에니어그램 모임에는 에니어그램을 전공했다는 유학파 상담사가 계셨다. 처음 모임에 참가하면 에니어그램 검사를 한 후에 간단하게 개별 면담을 해주셨다. 개별 면담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1번 유형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했던 두 번의 검사 결과에서 모두 1번 유형의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면담하는 과정에서 내가 5번 유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1번 유형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기 때문에 의아했다. 

 

 

  처음부터 나를 5번 유형이라고 하시진 않았다. 1번 유형의 특성과 내 모습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다 보니 1번 성향을 많이 사용하고 있을 뿐, 실제 1번 유형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는 두 번째로 점수가 높게 나온 5번 유형인 것 같다고 했다.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라고, 성격유형이 이렇게 혼재된 사람은 흔치 않다고도 했다. 심지어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에게 주로 생기는 주름이 내 얼굴에 있다고 했다. 아니면 그런 사람에게 주로 발달하는 근육이 발달했다고 했던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채는 상담사가 놀라웠다. 굉장히 공감받는 느낌이 들었다.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신청해서 더 상담받고 싶을 정도였다.

 

 

  에니어그램 카페에 간 것도 그 모임에서 알게 된 언니를 통해서였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에니어그램 검사와 음료를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카페에서 그분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무려 '에니어그램코리아 회장'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몇 년 전이지만, 그때 했던 검사가 가장 최근에 한 검사이다. 그때는 내가 5번 유형이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검사한 탓인지 결과도 확실하게 5번 유형으로 나왔다. 전과 달리 유형별 점수 차이도 컸다. 하지만 성격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나?

 

 

  MBTI 검사를 할 때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검사만 하다가, 취직 후에 온라인 유료 검사를 받아보았다.  INTJ 유형이 나왔다. 하지만 '분명'에 속하는 점수를 받은 것은 J뿐이었다. I와 T는 '보통'에 속했다. N은 간신히 '약간'에 속했다. 에니어그램 결과가 그렇듯, MBTI 결과에서도 내 성격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학창 시절에 MBTI 검사를 할 때는 항상 ENFP 유형이 나왔었다. 네 가지 척도 중 감각형(S) 대 직관형(N) 척도를 뺀 나머지 세 척도의 결과가 예전과 정확히 반대다. 이럴 수가 있나?

 

 

  E는 외향형을, I는 내향형을 뜻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던 예전의 나는 내향적인 실제 성격이 아니라 되고 싶은 성격을 생각하며 응답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면 이상하다. 본래 성격이 어떻든 내가 믿는 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긴, 전문가가 직접 관찰한 것도, 신체 반응을 측정한 것도 아니다. 혼자 생각해서 혼자 답했을 뿐이다. 그러니 응답자의 생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은 '탐구자', '사색가'로 불린다. 내가 백 퍼센트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5번 유형의 특성을 읽어보면 비슷하다는 생각이 꽤 든다. 체제 밖에서 혼자 떨어져 있기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감정을 분석하려 하고, 수집하고 분류하는 것을 즐기고, 생각이 너무 많이 실천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 그렇다. 모든 것을 알아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내면의 자원이 부족하여 세상과 접촉하기보다는 필요한 것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에 특히 공감한다.

 

 

  MBTI에서 INTJ 유형은 '과학자형'이다. INTJ 유형의 특성 중에는 비효율적으로 시간 끄는 것을 싫어하고, 고집이 세고,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이론적이고, 성실하고, 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앞에 나서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독립적이고, 권위와 전통에 반감이 있다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INTJ 유형과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의 특성이 닮았다. MBTI에서 INTJ 유형은 '과학자형'인데, 에니어그램에서도 6번 날개를 가진 5번 유형은 과학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두 성격 검사의 결과가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제 내 성격 유형을 맞게 찾은 것 아닐까? 예전이 어떠했든 지금은 확실히 이런 성격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닐까?

 

 

  '예전이 어떠했든'이라고 한 이유는, 어릴 때를 생각하면 에니어그램에서 나와 비슷한 유형이 더 있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이 잘 나와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성취를 중시했던 중고등학교 때는 3번 유형의 모습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모범생이 되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모습이 6번 유형 같기도 했고, 엄마가 동생을 편애한다고 생각해 평등과 정의에 관심을 쏟던 모습이 1번 유형과 비슷하기도 했다. 상상의 세계에서 살던 더 어린 시절에는 4번 유형에 가까웠다.

 

 

  지금도 그런 면들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 어쩌면 어떤 특성이 더 강한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단 하나의 성격 특성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외향성이 더 강한 사람에게도 내향적인 면이 있고, 내향성이 더 강한 사람에게도 외향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 대체로 부지런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게으를 수도 있고, 대체로 정리를 안 하는 편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깔끔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나도 내가 외향적이라고 확대하여 해석할 만한 아주 작은 근거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성격을 유형으로 나누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유형 검사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성격유형에 관심이 많다. 흥미롭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성격이 몇 가지 유형으로 딱 나누어떨어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때, 문법 규칙을 하나 배우면 그 예외를 또 배워야 해서, 이럴 거면 규칙이 왜 있는 건가 생각한 적이 있다. 문법에도 그렇게 예외가 많은데 사람처럼 복잡한 대상을 '완벽하게' 분류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 아닐까?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면 참 편리하겠지만, 이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에니어그램에 매혹되어 지냈다. 에니어그램 모임이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피곤하고 긴장되고 걱정되어도,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주, 두 주 미뤄지던 그 모임이 얼마 안 가 결국 해체되었다.

 

 

  에니어그램뿐 아니라 성격 유형에 대한 내 관심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